외국으로 나가 지금까지 쌓인 칩거생활의 녹을 씻고,
세속적인 의미에서 나의 지위를 높이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본래의 소박함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만약 이 들판과 개울, 그리고 나무들 즉 이곳의 모든 자연현상들과
이곳에 사는 동물들의 단순한 행동에서 생에 대한 즐거움이나 원기를 찾지 못한다면
그 손실은 어떤 문화생활이나 돈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여행을 하고 사교계에 나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지적인 사치를 즐기는 것조차 낭비로 느껴졌다.
만약 파리가 내 마음을 점점 더 크게 차지하고
콩코드가 나의 마음에서 점점 더 사라진다면
나는 내 고향과 거만한 파리를 바꿔버리는
밑지는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기껏해야 파리는 이런 자연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울 하나의 학교,
즉 콩코드로 가는 디딤돌이 될 뿐이다.
그런 대학이라면 콩코드가 가장 걸맞은 곳이다.
나는 언제나 가장 평범한 일상과 매일의 자연현상에서
만족과 영감을 끌어내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열린 감각으로 매 순간순간 받아들이는 느낌과, 매일의 산책,
그리고 이웃들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
그러면 내 주위에 놓인 것말고 다른 천국을 꿈꾸지 않으리라.
어떤 사람이 와인이나 브랜디 맛에 탐닉하느라 물맛을 잃었다면,
어떻게 그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수 있는가?
콩코드 초원 위를 날아다니는 개구리매의 모습이 내게는
파리로 들어가는 대리석 문보다 훨씬 가치있게 느껴진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내게는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야망 같은 것은 없다.
나는 콩코드의 흙이 나의 무관심 때문에 메마르고 황폐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여행이 유익했다면 오로지 내게 이곳의 소중함을 일깨워,
이곳의 자연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가장 싼 값으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바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저널>, 1856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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