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칠환, 새해 첫 기적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2009.12.28
거꾸로 가는 생, 김선우 거꾸로 가는 생 / 김선우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의 누이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 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2009.10.27
김영랑, <돌담에--> 읽기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우선 위와 같이 거.. 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2009.10.21
중년에 함께 읽는 시- 추야몽, 한용운 추야몽 한용운 가을밤 빗소리에 놀라 깨니 꿈이로다 오셨던 님 간 곳 없고 등잔불만 흐리구나 그 꿈을 또 꾸라 한들 잠 못 이루어 하노라 야속타 그 빗소리 공연히 꿈을 깨워 님의 손길 어디 가고 이불귀만 잡았는가 베개 위 눈물 흔적 씻어 무삼하리요 꿈이거든 깨지 말자 백번이나 별렀건만 꿈 깨자 .. 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2009.10.15
중년에 함께 읽는 시 5 - 때, 김광규 때 김광규 남녘 들판에 곡식이 뜨겁게 익고 장대 같은 빗줄기 오랫동안 쏟아진 다음 남지나해의 회오리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내 흘린 땀과 곳곳에 쌓인 먼지 말끔히 씻어갈 때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 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 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2009.09.18
크낙산의 마음, 김광규 크낙산의 마음 김광규 다시 태어날 수 없어 마음이 무거운 날은 편안한 집을 떠나 산으로 간다 크낙산 마루턱에 올라서면 세상은 온통 제멋대로 널려진 바위와 우거진 수풀 너울대는 굴참나뭇잎 사이로 살쾡이 한 마리 지나가고 썩은 나무 등걸 위에서 햇볕 쪼이는 도마뱀 땅과 하늘을 집 삼아 몸만 .. 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2009.09.09
중년에 함께 읽는 시 1-<걸림돌> 공광규의 시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 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2009.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