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야몽 한용운
가을밤 빗소리에 놀라 깨니 꿈이로다
오셨던 님 간 곳 없고 등잔불만 흐리구나
그 꿈을 또 꾸라 한들 잠 못 이루어 하노라
야속타 그 빗소리 공연히 꿈을 깨워
님의 손길 어디 가고 이불귀만 잡았는가
베개 위 눈물 흔적 씻어 무삼하리요
꿈이거든 깨지 말자 백번이나 별렀건만
꿈 깨자 님 보내니 허망할 손 맹세로다
이후는 꿈은 깰지라도 잡은 손은 안 놓으리라
님의 발자취에 놀라 깨어 내다보니
달 그림자 기운 뜰에 오동잎이 떨어졌다
바람아 어디가 못 불어서 님 없는 집에 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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