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김영랑, <돌담에--> 읽기

비오동 2009. 10. 21. 13:10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드레한 에머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우선 위와 같이 거시적으로 문맥을 파악해 두고서, 말의 흐름을 따라 읽으면

 

 

내 마음 

오늘 하루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고요하고도 고운

봄 길 위에(서),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드레한,

에머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빛)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위와 같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좀 어렵네.

문맥이 중의성을 띠게끔 되어 있어서 달리도 해석될 수 있고, 또한 해석의 다양성이 

오히려 이 시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어. 왜냐하면 이 시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드, 즉 정서적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미적 초점이 있기 때문이거든.

또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이렇게 문맥을 잡고 보아도 될 것인데, 그러면 미시적으로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지.

그렇더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다지 변하지 않아. 

(늘 어두운 생활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만큼은 밝고도 순수한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러 보고 싶다.

어쨌든, 봄날의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려는 시적 화자의 정서와 태도를 분위기 있게 그려낸 시다,

이렇게 보고 싶네.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이듯이, 웃음짓듯이 하며,

또한 부끄럼을 느끼기도 하고, 가슴이 젖기도 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네.

 

이건 다른 연구가들의 견해를 참고하지 않은, 순전히 내 생각대로 해석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