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곳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재산이 없어
타인의 음식을 구걸하면서 그날 그날을 보냈다.
그에게 처는 있었으나 자식은 없었다.
그의 집에는 '나구라'(망구수)라는 짐승의 암컷이 있었다.
어느 날 이 나구라가 새끼를 낳았다.
바라문은 자식이 없던 차라 이 나구라를 자기 자식처럼 사랑을
하였더니 나구라 역시 그를 친아버지 같이 생각하고 따랐다.
바라문은 매일 우유며 떡이며 고기들을 얻어다가
나구라의 새끼에게 주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 얼마 뒤 바라문의 아내가 사내아이를 낳게 되었다.
'이 나구라가 새끼를 낳았으므로 나도 자식을 얻을 수 있었다.'
바라문은 이같이 생각하고 그 후로도 나구라와 새끼를 여전히 사랑했다.
그래서 바라문은 구걸하려고 집을 나갈 때는 항상 자기 아내에게
'어린아이를 집에 두고 절대로 밖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엄하게 지시를 했다.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나간 후 바라문의 아내는
아기에게 먹을 우유를 주고 그릇을 얻으려고
잠깐 이웃집에 나가 집을 비웠다.
바라문의 아들이 우유를 마시고 있었으므로
우유 냄새를 맡은 독사 한 마리가 집안에 침입해서
큰 입을 벌리고 독을 토하며 아기를 잡아먹으려 했다.
아기 곁에 있었던 나구라가 이를 보고 힘을 다하여 독사와 싸워
이를 죽이고 죽은 독사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독사를 죽이고 아기를 살렸다 하면 그 부모는
나를 얼마나 귀여워 할 것인가.'
하고 나구라는 입 주위에 독사의 피를 묻힌 채
아기 부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구걸에서 돌아온 바라문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집 앞에서 자기 아내를 만나고
"어찌해서 어린애를 집에 두고 외출을 했는가"하고
자기 아내를 나무라고 아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방으로 막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문 앞에서
입에 피투성이가 된 나구라가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래서,
그들이 집에 없는 동안에 자기 아들을 잡아먹은 줄 알고 노기가 충천해졌다.
"이 나구라 새끼, 은혜도 몰라보다니"하고는
지팡이로 힘껏 내려쳐서 죽여 버렸다.
그러나 그들이 집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잡혀 먹힌 줄 알았던 아들이
손을 입에다 물고 놀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그곳에는 한 마리의 독사가 죽어서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이것을 본 바라문은 전후의 사정을 알고
자기의 경솔한 행위에 크게 놀라며 슬퍼하였다.
‘저 나구라는 짐승답지 않게 인간보다 정이 있었구나.
그래서 내 아들의 목숨을 구했다.
나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무참하게도 나구라를 때려 죽였다.
참으로 원통한 일이다.' 그는 땅에 엎드려
큰 소리로 울고 자기의 죄를 뉘우쳤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잘 관찰하고, 경솔하지 말라. 사랑하는 것을 잃고,
좋은 친구를 해치는 것은 바라문과 나구라와 같다."
-『마하승기율』
자식을 죽인 바라문
옛날 어떤 바라문이 스스로 많은 것을 안다고 하였다.
하늘의 별을 보고 미래를 알며 갖가지 지혜를 밝게 통달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자기의 재주를 믿고 그 덕을 나타내려고,
다른 나라에 가서 자식을 안고 울고 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우는가."
그는 말하였다.
"이제 이 아이는 이레만에 죽을 것이다. 일찍 죽는 것이 가여워 우는 것이다."
그들은 말하였다.
"사람의 병은 알기 어려워 실수하기 쉽다. 혹 이레만에 죽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왜 미리 우는가."
그는 말하였다.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별들이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내 예언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예언을 입증하기 위해 이레 째가 되자 스스로 자식을 죽여,
자기가 한 말을 입증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레 뒤에 그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참으로 지혜 있는 사람이다. 그의 말이 맞았다"라고 탄복하면서
마음으로 믿고 우러러 모두 와서 공경하였다.
그것은 마치 이와 같다.
부처님의 네 무리 제자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도를 얻었다고 자칭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의 법으로 선남자를 죽이고 거짓으로 자비의 덕을 나타낸다.
그것 때문에 장래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니
마치 저 바라문이 자기 말을 입증하기 위해, 자기 자식을 죽여 세상을 현혹시키는 것과 같다.
- 백유경(百喩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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