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정진/헨리데이빗소로우

너무 삭막한 시대

비오동 2009. 12. 16. 10:58

 

 

 

 

 

 

 

하지만 아, 우리는 지금 너무 삭막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허클베리 열매를 따는 사람들은 들에서 나가달라는 소리가 들리고,

아무도 열매를 따서는 안 된다는 주의문이 붙은 말뚝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열매 따는 것을 지나치게 허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원의 영광은 지나가고 있다.

나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를 비난하고 싶다.

우리들의 공통된 운명을 슬퍼한다는 뜻에서.

 

우리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 전에 한때 좋은 시절을 살았다는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고 있다.

 

무엇인가, 전원생활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을 찾으러 시장에 가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제는 식육업자가 마차에 허클베리 열매를 싣고 팔러 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마치 교수형 집행자가 결혼식을 진행하는 듯이 보인다.

야생의 허클베리를 비프 스테이크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우리 문명의 추세이다.

그 덕분에 허클베리 열매는 5분의 4가 사라지고 열매를 따러 가는 발길도 끊기고,

비프 스테이크에 곁들여 나오는 푸딩 속에만 남아 있게 되었다.

 

유럽 대륙과 영국의 거주자들은 인구의 증가와 독점으로 인해

자연에 대한 천연의 권리를 상당히 잃지 않았나 생각된다.

대지의 야생 열매들은 문명 앞에서 사라졌거나

아니면 그 껍데기들만을 커다란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을 뿐.

말하자면 나라 전체가 도시가 되었거나

아니면 속 빈 공동체가 된 것이리.

오로지 남은 열매라고는 야생 장미나 산사나무 열매 몇 개뿐이라고나 할까.

 

내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여물통에 빠진 개 꼴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들에서 열매를 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 건강과 행복과 영감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그곳엔 허클베리 열매보다도 훨씬 더 고귀하고 훌륭한 열매들이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것을 따서 시장으로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파는 시장은 없기 때문이며

그래서 덤불숲에서 그것들은 그냥 썩어간다.

 

우리는 그렇게, 자연과의 소박하고 건강한 관계를

간단히 잃어 버리고 있다.

 

'허클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