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자로]
자로가 묻고 공자가 대답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께 정치를 맡긴다면 무슨 일부터 먼저 하시렵니까?"
"나는 먼저 이름을 바로잡을[正名] 것이다."
"이렇다니까요, 참. 선생님께서는 현실에 너무 어두우십니다! 그게 어떻게 바로잡히겠습니까?"
"경솔하구나, 자로! 군자란 자신이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태도를 취하는 법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악도 생기지 못하고, 예악이 생기지 못하면 형벌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다. 형벌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면 백성들은 손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니 군자는 명분이 서면 반드시 말해야 하고, 말을 했으면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군자는 [명분 있는] 말을 하는 데 조금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노나라] 정공이 묻고 공자가 대답했다.
"말 한마디로 나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는데 가능한 일입니까?"
"어떻게 꼭 그렇겠습니까마는 사람들이 '임금 노릇 하기 어렵고 신하 노릇 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만일 임금 노릇 하기가 어려운 것을 안다면 거의 말 한마디로 나라를 일으키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 한마디로 나라를 잃을 수도 있다는데 가능한 얘기입니까?"
"어떻게 꼭 그렇겠습니까마는, 사람들 하는 말이 '임금 노릇 하는 게 즐거운 것이 아니고, 단지 무슨 말을 하면 아무도 거스르는 사람이 없는 게 즐거울 따름이다'라고 했습니다. 만약 그 말이 선하고 마침 거스르는 사람도 없다면 그건 괜찮은 일이지요. 그러나 그 말이 선하지 않은데도 거스르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거의 말 한마디로 나라를 잃어버리는 일이겠지요."
섭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을 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하가 거보 땅의 재상이 되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급하게 성과를 얻으려고 서둘지 말고, 작은 이해 관계에 연연하지 마라. 급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성과를 얻기 어렵고, 작은 이해 관계에 연연하면 결국 큰 일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공자가 말했다. "언행에 중용을 지키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할 바에는 반드시 [비록 한쪽으로 치우치기는 했어도 가능성이 있는] 과격한 사람이나 고집 센 사람과 사귀련다. 과격한 사람은 한 뜻으로 나아가기는 하고, 고집 센 사람에게는 지킬 무엇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제 14 장 [헌문]
공자가 말했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말과 행동을 정직하게 해도 되지만,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동은 정직하게 하되 말은 공손하게 해야 할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덕 있는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말을 하지만, 말 잘하는 사람이 꼭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자는 틀림없이 용기 있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꼭 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로가 완벽한 사람(成人)에 대해 물었다.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담백함, 변장자의 용기와 염유의 다재다능함 등을 예악으로 잘 다듬는다면 그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겠느냐." 공자가 이어 말했다. "요즈음은 완벽한 사람이라 해서 어떻게 꼭 그럴 수 있겠느냐. 이해 관계에 부딪히면 마땅한 경우를 생각하고, 위태로운 상황을 보면 목숨을 던지며, 곤궁함이 오래 계속되어도 평소에 한 말을 잊지 않는다면 그 역시 완벽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공자가 말했다. "현명한 사람은 세상을 피하고, 그 다음으로 사는 곳을 피하며, 사람을 피하고, 말(言)을 피한다."
자로가 [성의 바깥문인] 석문에서 묵었다. [다음날 새벽에 성으로 들어오니] 문지기가 물었다. "어디서 오는 길이오?" 자로가 대답했다. "공자의 집에서 오는 길이오. 문지기가 말했다. "바로 그,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하려고 하는 그 사람 말이지요?"
제 15 장 [위영공]
자장이 사는 법(行)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말을 충심으로 하고 그 말에 책임을 지며, 행동을 돈독하고 진지하게 한다면
설령 야만의 땅에 가더라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말에 충심이 없고 그 말에 책임도 안 지며, 행동에도 돈독함이나 진지함이 없으면
비록 고향 동네라 해도 살기 어려울 것이다.
[말과 행동에 대한 나의 이 지침이] 서 있을 때는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수레를 타고 있을 때는 마치 앞에 있는 멍에에 새겨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런 정도가 되어야 사는 법을 익혔다 할 수 있다."
자장이 이 말을 띠에다 적었다.
공자가 말했다. "더불어 말할 만한데도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도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자공이 인을 함양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장인匠人이 제 일을 잘 하려면 먼저 연장부터 날카롭게 갈아놓아야 한다.
[같은 이치로 인을 함양하려면] 이 나라 대부들 중 현명한 사람들을 모셔야 하고,
선비들 중 어진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것이다."
안연이 나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하나라의 역법을 사용하고, 은나라의 수레를 타며,
주나라의 예모를 쓰고, 음악은 [순 임금과 무왕의 음악인] 소와 무를 쓰면 된다.
하지만 정나라 음악은 버리고 간사한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정나라의 음악은 음란하고 간사한 사람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
공자가 말했다. "진실성 없이 말을 꾸미면 덕을 상하게 되고,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공자가 말했다. "가르침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공자가 말했다. "도가 같지 않으면 함께 일을 구상하지 않는다."
제 16 장 [계씨]
공자가 말했다. "도움이 되는 벗이 셋 있고, 해를 주는 벗이 셋 있다.
정직한 벗, 믿음직한 벗, 견문이 넓은 벗과 사귀면 도움이 된다.
한쪽에 치우친 벗, 아첨 잘하는 벗, 말을 망령되게 하는 벗과 사귀면 해를 당하게 된다."
공자가 말했다. "도움이 되는 즐김이 셋 있고 해가 되는 즐김이 셋 있다.
절제된 예악을 즐기고, 남의 장점 말하기를 즐기며, 좋은 벗을 많이 사귀기를 즐기면 도움이 된다.
지나친 쾌락을 즐기고, 빈둥거리고 노는 것을 즐기며, 허구한 날 질탕하게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면 해가 된다."
공자가 말했다. "윗사람을 모실 때 [조심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말할 때가 아닌데 서둘러 말하는 것을 조급함이라고 하며,
말을 해야 할 때 오히려 말하지 않는 것을 숨김이라고 하며,
윗사람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경솔하게 말하는 것을 장님이라고 한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가 경계해야 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젊어서는 혈기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니 여색을 경계해야 하고,
장년이 되어서는 혈기가 왕성하니 싸움을 경계해야 하며,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했으니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두려움이 있다.
군자는 천명을 두려워하고, 대인을 두려워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대인을 깔보며,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
공자가 말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으뜸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 다음이며,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우는 사람이 다음이다.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못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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