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항아리를 고르며
항아리는 안이 예뻐야 한다. 말끔함이 아름다움이다. 겉이 멋지고 특이하며 귀해보이는 것은 골동가들의 몫이다. 집에서 정성으로 장을 담고 술과 초를 담는 항아리는 그렇지 않다. 항아리 안쪽 피부가 흠없이 말끔한 것이 제일이다. 산화되어 곰보처럼 얽은 것은 쓰지 못한다. 항아리는 오로지 물기를 내보내지 않고 공기만을 숨쉬듯이 들고 나게해야 하는데, 그래서 항아리 안쪽 피부가 중요한 것이다. 바깥 피부도 못지 않게 중요하지만 이 둘이 호응하는 항아리야말로 으뜸이다.
또한 항아리는 잡내가 없이 맑아야 한다. 비록 안쪽 피부까지 말끔해 보인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은 오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염된 항아리는 잡내가 난다. 구리기도 하고 역하기도 하다. 물론 장을 담은 항아리나 김치를 담은 항아리에서도 냄새가 나지만 그 냄새는 역하지는 않다. 항아리를 간수하는 일은 예로부터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요즘처럼 공해가 많은 시대에는 오염된 빗물이 담기더라도 그 물이 썩어서 항아리를 못쓰게 만든다. 오염된 항아리를 소독하기 위해서 끓인 물을 담기도 하고 약쑥을 태우기도 하고, 알콜로 소독하기도 하고 잿물을 넣기도 하고 곱고 깨끗한 흙을 담아 씻기도 한다. 그러나 참으로 어려운 것이 오염을 푸는 일이다.
더하여 항아리는 깨지거나 금간 곳이 없이 쇳소리가 날만치 단단해야 한다.
여자도 그렇다.
비오동
200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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