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의 시선에서 본 ‘요한복음’ 읽기
김진호 신간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2009-12-24 08:36]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이 신간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을 펴냈다. 민중신학의 시선에서 ‘요한복음’ 읽기를 시도한 책이다.
이번 책을 ‘안병무 선생과 함께 부른 듀엣’으로 표현한 저자는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안병무가 연 ‘요한복음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때의 기억을 여태껏 반추하며 보탤 건 보태고 뺄 건 빼고 한 것이 이번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이다.
저자는 안병무가 민중신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요한복음’이 이천 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요한복음에 담긴 신랄한 교회 비판 정신이 그렇다는 것이다.
1세기, 예수 추종자들은 유대교 일부 회당에서 속속 배제되자 유대교의 쉬나고게(회당) 등을 모델 삼아 자신들만의 결사체 형성을 도모하게 된다. ‘에클레시아’(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그들만의 연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수 신앙의 상징적 담지자인 ‘열두 제자’에 대한 담론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때 요한계 공동체는 이러한 교회의 ‘제도화’ 경향에 문제를 제기한다. 요한복음에서 유대인들은 스스로를 ‘보는 자’로 자부하며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는 자의 말에 순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러한 논리가 새로운 그리스도의 교회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답습의 흔적은 ‘매개자’ 논리에서 특히 드러난다. 회당의 매개자들이 예수를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라고 하며 죽이고 그들을 따르는 이들을 방해하였듯이, ‘교회의 매개자’들 또한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진리를 알려면 자신들을 경유해야 한다고 강변한 것이다.
매개자 논리는 ‘배타성’을 내포하기에 더욱 문제다. 소수의 매개자가 다수의 신자를 예수에게로 인도함에 있어서 매개자 개인 혹은 집단의 사상과 신학, 관점은 다수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침으로 배타성을 낳는다. 김진호 목사는 “소수자에 대해 배타적인 중개자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이 복음서의 문제제기는 (오늘날 기독교에) 지독할 정도로 신랄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배타성을 특성으로 한 근본주의 신앙이 한국 교회에 처음 배태된 것은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며, 이후로도 이 운동은 변형 반복되어 오다가 그 속에서 ‘성찰 없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끊임 없이 탄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 지도자들은 하나님과 사람을 ‘배타성’을 통해 중개해왔다고 말하고, 이에 민중신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요한복음을 다시 보는 것이 이 시대 한국 교회에 요청된다고 밝혔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번 책에서 저자는 요한복음 텍스트에서 주제를 끄집어내기보다, 주제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알맞은 본문을 텍스트에서 찾음으로 집약적인 글쓰기를 선보인다. 또 풍부한 자료와 상상력, 문제의식을 동원하여 ‘재미’ 있는 글읽기를 제공한다.
동연 ㅣ 242쪽 ㅣ 1만 3천원
목차
여행을 시작하며
첫째 마당, 빛과 그림자
초기 그리스도교의 한 '삐딱이들'
스캔들
그들만의 기억, 그리고 그들의 역사
둘째 마당, 바람 같은 그이
귀소본능
미궁 - 닮음꼴에 집착하는 내면의 아우성
바람
'몸의 정치'와 '영의 정치'
셋째 마당, 목마름
파라클레토스
비창조(카오스)의 창조 - 수가성 여인 이야기
넷째 마당, 배부름
제도화, 생략된 삶
오병이어+빵에 관한 담화
소년과 빵
다섯째 마당, 교란 - 보는 자와 못 보는 자
범주적 사유
센서, 눈, 인식의 코드
보는 자와 못 보는 자
확실성, 그 황당한 기억의 장치
여섯째 마당, 위선의 시대
혈통주의
거짓 지도자
다른 우리
여자와 남자
일곱째 마당, 힘내시오, 내가 세상을 이겼소
세족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이 세상의 두목이 오고 있다
여덟째 마당, 죽임의 권력 그리고 부활의 생기
"목마르다"
슬픔의 강
부활, 그리고 졸라 엑스(JOLA X)
여행을 마치며 - 누구든 예수를 직접 보라
추천글
김규항 (『예수전』 저자) : 예수의 정신을 되읽어 내는 책 마가복음이 예수에 관한 다큐멘터리라 여겨진다면 요한복음은 예수에 관한 매우 각색된 극영화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예수의 가르침과 그가 전한 소식을 왜곡하여 장사를 하려는 교회들로부터 가장 애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요한복음이 제도화하는 교회의 첫머리부터 긴장했으며 그에 대한 섬뜩하리만치 신랄한 비판 정신을 담고 있음을 분명히 하며 예수를 되읽어 낸다. 안병무를 기초로 김진호가 썼으니 책의 알참이야 말해 무엇 하랴. 이 책은 새로 생긴 찻집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예수와 대화하는 기쁨을 준다.
저자 소개
김진호 : 서강대학교 수학과를 나왔고, 한신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안병무에게서 신약학을 공부했다. 그 후 그는 내내 제도권 밖에서 연구자로 활동했고, 반제도적 교회의 목회자이기도 했다.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과 계간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역임했고, 한백교회 담임목사였다. 현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며 단행본 기획모임 ‘당대비평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의 독설》 《반신학의 미소》 《예수 역사학》 《예수 르네상스》(편저) 《죽은 민중의 시대 안병무를 다시 본다》(공저) 《함께 읽는 구약성서》(공저) 《함께 읽는 신약성서》(공저) 《우리 안의 이분법》(공저) 《우리 안의 파시즘》 등이 있다.
김진호의 한 마디
일상과의 가벼운 거리 두기와 같은 낯선 여행. “복음서와의 낯선 여행” 첫 번째 여행지는 요한복음이다. <요한복음>에서 독자들은 1세기 말 초기 예수운동 분파들 가운데서 기이한 한 집단을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요즘의 용어로 말하면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이다.
‘그리스도교’라는 하나의 아웃사이더 종파가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할 무렵, 이미 제도화된 종교인 유대교의 재제도화가 맹렬히 일어나고 있었다. 유대교의 많은 분파들은 내부의 예수 추종자 집단을 내쫓으면서 하나의 ‘잘 조직된’ 종파로 네트워크화되어 갔다. 그리고 유대교의 경계선을 떠도는 예수운동 분파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있었다. 대개 제도화의 길에 선 운동들이 그렇듯이 두 운동도 누구 못지않은 ‘역사의 승자’가 되기를 꿈꾸었고, 그에 걸맞은 감각의 질서와 해석의 체계가 동반되었다. 한데 <요한복음>을 낳은 이들은 이러한 승리자 종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들은 예수에게서 관념화 교권화 교리화되는 신학적 해석체계에 도전하는 영을 발견했다.
여행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속속들이 모든 곳을 다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요한복음>의 여덟 개 마당에 도달할 것이고, 그 곳곳마다에는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의 숨결과 얼이 깃든 낯선 공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제법 신선해 보이는 이 청정 공기에 우리의 종교 안팎을 감싸고 있는 탁한 대기의 찌든 마음이 조금은 씻어지는 체험을 했으면 좋겠다.
- 여행을 시작하며 중에서
리뷰
성서의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요한복음>은 이들의 문서였다
그리스도교가 세상에 태동할 무렵, 그들 가운데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이 있었다.
서기 1세기 말엽이다. 제국 로마의 패권주의 아래 잿더미가 된 예루살렘 성전을 뒤로 하고 새롭게 태동하는 유대교는 만만한 적을 내부에서 ‘발명’해냈다. 폐허가 된 존재감을 재건하기 위해 내부의 이질적인 것, 오염된 부위를 색출하여 제거하자는 것이다. ‘공격적 배타주의’를 종파적 종족의 내적 원리로 선택한 것이다.
유대교에 의해 발명된 내부의 적, 그 대표적인 집단이 예수파이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그리스도교도 역사에 태동하였다. 그런데 이 새 종파에게 유대교는 ‘적’인 동시에 ‘아비’였다. 추방당한 아픔과 적개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의식/무의식적으로 유대교를 모방했다. 바로 이러한 모방, 배타주의적 종파화에 반기를 든 이들이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공동체, 그리스도교 내부의 한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이다.
<요한복음>은 바로 그들의 정체를 보여주는 문서다. 관념화, 교권화, 교리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중계자 없이 신과 직접 대면하고자 했다. 그들이 발견한 신은, 삶과 마주치기보다는 관념으로 진리를 발견하고 적을 만드는 종교에 반대하는 신이다. 그들은 배타적인 신앙에 의해, 그 증오의 정치에 의해 자기를 구축하려는 종교에 반대하고 일상의 삶을 나누며 이웃을 알아가는 이들의 대화적 심성을 방해하는 ‘중계자 종교제도’에 반대한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요한복음>에 대한 상투적 이해와는 사뭇 다른 해석을 접할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교 내의 한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은 오늘의 기독교가 잃어버린 한 전통에 대한 새삼스러운 성찰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기독교는 오래전부터 <요한복음>을 오독했다
기독교는 관념화된 종교의 상징이었고, 배타주의적 종교를 미학화하는 자기만족의 표상이었다. 그런데 성서학은 그것을 학문적으로 변증하고 근대화하는 데 몰두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렇게 <요한복음>에서 낯익은 이해의 코드를 발견했다. 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요한복음>이라는 문서는 우리를 낯설게 한다. <요한복음>은 교권주의자들, 바로 그 배타주의적 권력자들에게는 혹세무민의 위험한 문서였다. 누구나 하느님의 영에 의해 직접적인 교감을 나누는 존재라니……. 그것은 세상을 본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앎을 조롱하고 보지 못하여, 보는 자들에 의존해서 세상의 질서를 내면화했던 이들에게 자기 자신이 본 것을 증언하게 하는 존재, 그래서 편견을 넘어 자기 경험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하는 존재다.
그이가 바로 예수이며, 모두의 몸 안으로 들어온 영이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비루한 이, 그들의 몸의 일부가 된 영이다. 그런 점에서 <요한복음>은 민중적인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의 문서이다.
근대의 지배적인 성서학이 보지 못한 그것을 민중신학자 안병무는 발견했고, 이 책의 저자 김진호는 안병무의 발견을 조금 더 세공하여 내놓았다. 이 책은 최근 <요한복음>에 대한 일부 서구 신학자들의 수정된 견해들을 참조하며 안병무를, 그의 <요한복음> 이해를 보충하여 되살려 낸 것이다.
기획 의도
복음서를 새로 보자는 취지에서 발간한 <복음서와의 낯선 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한국의 그리스도교가 공유하는 상투적 생각과 비판적으로 대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했다. 복음서에 대한 ‘친숙한’ 혹은 ‘상투적’ 이해들은 한국 그리스도교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낯선 대면이 필요하다. ‘여행’은 일상과의 가벼운 거리두기 행위이다.
<복음서와의 낯선 여행>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한국 그리스도교와의 비판적 만남을 위해 가벼운 거리두기와 같은 지적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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