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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대물림하는 집, 한옥을 지으려면
비오동
2011. 5. 10. 21:46
10대가 대물림하는 집, 한옥을 지으려면
[머니위크 창간3주년 기획]김양태 평창한옥학교 교장 인터뷰
- 입력 : 2010.10.24 13:16 조회 : 6409
평창에서 한옥학교를 운영 중인 김양태 교장은 한옥을 짓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다. 건설업자를 믿고 모든 것을 일임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건축에 직접 관여하려면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웰빙열풍과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 편향에 식상해진 도시인들이 도시 외곽의 전원주택으로 한옥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각 자치단체에서 전통문화 보존이라는 취지 아래 한옥 건축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도 한옥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치단체에 따라 한옥을 새로 짓거나 양옥을 헐로 한옥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 5000만원까지 저리로 융자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 한옥열풍은 곧 한옥학교라는 교육기관까지 등장시켰다. 한옥학교는 개인이 한옥을 이해하고 직접 짓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설 교육기관이다. 최근 전국 각지에 수십개의 한옥학교가 생겨났을 정도로 그 수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한옥학교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수강생의 80% 정도가 시골에 땅을 사놓고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업자에게 한옥을 지어달라고 하면 돈도 많이 들고 어떤 재료를 쓰는 지도 알 수 없죠. 게다가 한옥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짓기를 원해요. 한옥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한옥학교에 입학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교육을 이수하면 한옥 건축현장이나 인테리어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문화재 수리 기능자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수업을 듣기도 한다. 주로 강의는 주중에 집중된다. 3개월 과정에서부터 최고 12개월 과정까지 있다. 한옥의 기본 골격에 대한 이해와 건축방법 등을 공부하는 대목수 양성과정과 전통창호나 공예 등 인테리어에 집중하는 소목수 양성과정으로 나뉜다.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는 강의다보니 학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의 강행군이 진행된다. 평일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주말반도 운영된다. 대신 흔히 이야기하는 한옥 건축과정 대신 황토집이나 구들, 조각, 목공과정 등이 준비돼 있다. 귀농 후 스스로 지을 내집마련이 목표다. ◆10대가 대물림하는 집, 한옥 “한옥의 장점이라면 300년도 거뜬하게 버티는 견고함 아닐까요? 지난달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우수성이 크게 입증됐지 않습니까?" 김 교장은 한옥의 장점을 아파트에는 없는 견고함에 있다고 주장한다. 길어야 30년이면 재건축 대상이 되는 아파트에 비하면 한옥의 수명은 10배나 길다는 것. 안동 하회마을의 한 한옥은 400년이나 됐음에도 여전히 사람이 주거하고 있다고 한다. 한옥의 영역을 사찰까지 확대하면 한옥의 수명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상과 달리 한옥을 지을 때 못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 대신 목재를 깎고 다듬어 홈이 서로 맞물리게 한다. 그래서 한옥은 외부적 충격에도 강하다. 기둥과 기둥이 서로 연결돼 있고, 기둥머리 부분은 사괘맞춤으로 서로 결구돼 있어 심한 흔들림이나 충격에도 굳건하다. 한옥을 통째로 옮기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친환경 소재도 장점이다. 구조재가 대부분 나무이고 벽체는 황토흙 또는 흙벽돌로 처리한다. 한옥을 짓는데 들어가는 서까래나 대들보 등 기둥에 해당하는 부분은 수입목이 많지만 그 밖의 나무는 강원도산 육송(陸松)을 사용한다. 여러 개를 재단한 채로 단단하게 묶어 강원도의 추운 겨울 바람을 견디면 뒤틀림도 없고 목조에 흔히 끼는 푸른곰팡이도 슬지 않는다는 것이 김 교장의 귀뜸이다. 고집스런 전통가옥양식이지만 최근 지어지는 한옥을 보면 편리함을 수용한 듯하다. 건축방식은 한옥을 따랐지만 내부는 서양식 주택의 편리성을 겸비했다. “서양 주택처럼 최신식 욕조에 고급 샷시를 설치한 한옥도 많습니다. 집 주인의 취향에 따라 내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일례로 구들을 사용하는 온돌방은 1개만 만들고 나머지는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이 요즘 추세죠.” ![]() ◆건축비 천양지차, 통상 평당 1000만원 “참 자주 받는 질문인데 그때마다 답변이 참 난감합니다. 일단 한옥은 가격이 없다고 봐야해요. 한없이 비싸게 지을 수 있고 간단히 한옥 냄새만 나게 지을 수도 있어요.” 한옥 한채를 짓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드냐는 질문에 김 교장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고 말한다. 방식에 따라, 타입에 따라, 재료에 따라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도 어림 짐작으로나마 가격을 잡아달라고 하자 '3.3㎡당 1000만원' 정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800만원에서 1300만원 사이의 가격이 대부분이다. 한옥 가격 차는 주로 처마에서 드러난다. 2개면이 맞닿은 단순 형태의 맛배지붕, 4개면이 하나의 용마루와 연결되는 우진각지붕, 내림마루가 있어 한층 위용있는 팔작지붕 등 지붕의 형태에 따라 가격이 차이난다. 또 처마를 지지하는 익공이 한개냐, 두개냐에 따라 처마의 길이가 달라지므로 익공 형태도 건축비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최종 가격은 도편수와 집주인이 상의해 결정한다. 어떤 목적으로 집을 지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부 사항들을 하나씩 결정하다보면 적절한 예산이 정해진다. 흔히 말하는 흥정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직접 한옥 건축에 일부분을 담당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는 한옥학교의 비용은 3개월에 150만~270만원 내외다. 평생직업교육학원으로 지정받은 곳은 참가자의 자격요건에 따라 정부에서 1인당 200만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한옥학교에서 교육을 받아도 당장 한옥을 지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편수 이하 10명 안팎의 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초보목수의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선자서까래나 포집 등 고난위 과정을 수행하는 대목수가 되려면 10년 이상을 한옥에 전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옥을 짓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열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옥건축에 매달리는 사례가 많은 것도 열정이 없다면 쉽지 않은 분야라는 증거다. 김 교장은 “비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시간을 내느냐가 관건”이라며 한옥 건축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