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나의 전부이며 바로 나 자신
자연 속에서는
항상 위엄있고 침착하고 영원하면서도 무한히 우리 힘을 북돋워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와 만나 걷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 마침내 내 신경은 안정되고 감각과 마음은 제자리를 찾는다.
주위의 사람들은 특히 이렇게 추운 날 이런 곳에서
한 시간 가량 서성이는 것을 힘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걷기야말로 신선하며
삶에 자양분이 되는 활동으로 느껴진다.
내게는 더할 나위없이 유쾌한 일이다.
솔직히 자연 속에선 돈도 통하지 않는다.
나는 자연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사랑하고 찬양한다.
하나하나 그 의미를 새기면서 풍경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클럽에 속해 있던 모든 창조물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싶다.
이렇게 해서 나는 속세의 비듬과 때를 털어낸다.
나는 다른 동물들을 보통사람들처럼 짐승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동물들은 사람들처럼 허튼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들은 멍청하거나 자만하거나 거드름을 피우거나 어리석지 않다.
약간의 결점이 있은들 어떠랴.
사람이 숲속에 나타나면 나의 요정들은 어김없이 도망쳐버린다.
정당의 전당대회장, 회의장소, 문화회관, 혹은 클럽 회의실 등
어디어서도 나는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나 브라운 씨의 떡갈나무 관목 지대(그 땅은 며칠 전에 한 에이커 당 6달러에 팔렸다)에서는
영국을 살면서 연구조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서명을 남긴다.
이곳은 나의 전부이며 바로 나 자신이라고.
<저널>, 1957년 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