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제17장~제18장
제 17 장 [양화]
공자가 말했다. "자로야, 너는 육언육폐六言六蔽[여섯 가지 말과 여섯 가지 병폐]라고 들어보았느냐?"
자로가 대답했다. "아직 못 들어봤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앉아봐라. 내가 말 해 주마. 인을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어리석음[愚]이다. 지혜[知]를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기초가 흔들려 지켜지지 않음[蕩]이다. 믿음을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쉽게 속아넘어가] 스스로를 해치게 됨[賊]이다. 정직[直]을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각박해서 남을 아프게 하게 됨[絞]이다. 용기[勇]를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분란을 일으켜 화를 자초하게 됨[亂]이다. 강함[剛]을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절제 없이 함부로 행동하게 됨[狂]이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자공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지 않으시면 저희는 무엇을 전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네 계절이 돌아가고 만물이 생장해도 하늘이 뭐라고 하더냐?"
공자가 말했다. "오직 여자와 소인이 함께 지내기 어려운 상대다. 그들은 가까이하면 덤비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공자가 말했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서도 남에게 미움을 받으면 그 인생은 끝이다."
제 18 장 [미자]
제나라 경공이 공자를 대우하는 문제에 대해 말했다.
"나는 계씨를 대우하는 정도까지는 못하겠고, 계씨와 맹씨의 중간 정도로는 대우할 수 있습니다."
경공이 나중에 다시 말했다. "내가 늙고 힘없어서 그대를 등용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제나라를 떠났다.
제나라가 가수와 무희를 [노나라에] 선물로 보냈다.
계환자가 이를 받고서 [노느라고] 사흘이나 나라 일을 보지 않았다.
그러자 공자가 관직을 떠났다.
초나라의 광인 접여가 노래를 부르며 공자의 수레 앞을 지나갔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찌 그리 불운한가. 지나간 것은 따질 수 없지만 올 것은 따라잡을 수 있겠지.
[아니야] 관둬, 관둬! 요즈음은 정치인들이 다 위태롭다."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그가 재빨리 피해버려 그러지 못했다.
[누항에 묻혀 살고 있는 도사들인] 장저와 걸닉이 가래로 밭을 갈고 있었다.
공자가 지나가다가 자로를 시켜 나루터가 어디인지 묻게 했다.
장저가 물었다. "저기 수레 고삐를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구시오?"
자로가 대답했다. "공구이십니다."
장저가 다시 물었다. "노나라의 그 공구 말씀이시오?"
자로가 대답했다. "예."
장저가 말했다. "그 사람이라면 나루터를 벌써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자로가 걸닉에게 [나루터가 어디인지] 물었다.
걸닉이 되물었다. "그대는 뉘시오?"
자로가 대답했다. "저는 중유입니다."
걸닉이 말했다. "노나라 공구의 제자이시오?"
자로가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걸닉이 말했다. "세상은 온통 물난리가 난 듯 어지러운데 누가 어지러운 세상을 바꿀 수 있겠소?
그러니 그대는 사람의 피해 다니는 사람[공자]을 따라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세상을 피해 다니는 사람[장저와 걸닉]을 따르는 것이 더 낫지 않겠소?"
이렇게 말하고는 뿌린 씨앗을 흙으로 덮으며 밭일을 계속했다.
자로가 돌아와서 공자에게 알렸다. 낙심한 공자가 망연자실하여 말했다.
"사람은 새나 짐승과는 무리 지어 함께 살 수 없다.
내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 누구와 함께하겠느냐?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그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로가 공자를 따르다가 뒤에 처졌는데, 지팡이를 짚고 삼태기를 멘 노인을 만났다.
자로가 물었다. "노인장, 혹시 저희 선생님을 보셨는지요?"
노인이 말했다. "팔다리도 움직이지 않고 오곡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선생님이오?" 그러고는 지팡이를 꽂아놓고 김을 매었다.
자로가 공손히 손을 모은 자세로 서 있었다.
노인은 자로를 집에 데려가 묵게 했다. 닭을 잡고 기장밥을 해서 자로를 먹이고는 두 아들을 인사시켰다.
다음날 자로가 공자에게 가서 이 일을 알렸다.
공자가 말했다. "은자시구나."
공자는 자로를 보내, 다시 그들을 만나보게 했다.
자로가 가보니 그들은 떠나고 없었다.
자로가 말했다. "출사하지 않는 것은 의가 아니다.
장유간의 구분도 폐할 수 없는데 군신간의 의를 어떻게 폐할 수 있겠는가.
[출사하지 않는 것은] 제 몸 하나 깨끗하게 하기 위해 군신간의 큰 도리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군자가 출사하는 것은 그 의를 행하기 위한 것이다.
세상에 도가 없음은 진작에 알고 있던 사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