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김/오동꽃

[스크랩] 처음 보는 개오동 꽃

비오동 2009. 9. 18. 22:49


♣ 2008년 6월 17일 화요일 비


지구온난화에 대해 걱정하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너무 급속도로 변화되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역사를 가진 시대만 가지고 봐도 5천년을 거론하는데

물과 50년 정도의 기간에 이 정도로 변했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어느 정도인지….

우리 세대는 그럭저럭 견딜지 모르나 이 변화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지난 일요일, 중학교 동창 녀석들과 비양도에 다녀오다가 납읍 금산에 들른 적이 있다.

새로 사온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다가, 무엇이 없을까 하고 몰래 빠져나와 주변을 돌다가

이 개오동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유동 변이종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아니어서 높은 가지를

끌어당기면서 찍다가 보니, 이 녀석들이 나를 떨어뜨리고 가다가 돌아온 일이 있었다.


개오동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능소화과 낙엽활엽 교목으로 향오동, 목각두(木角豆),

개오동나무, 노나무라고도 한다. 마을 부근이나 정원에 심는데, 높이 20m 정도로 큰다.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갈색으로 가지가 퍼지고 작은 가지에 잔털이 나거나 없다.

잎 겉면은 털이 없고 자줏빛을 띤 녹색이며 뒷면은 연한 녹색, 맥 위엔 잔털이 있다.


꽃은 6∼7월에 노란빛을 띤 흰색으로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털이 없다.

꽃받침은 2개로 갈라지고 그 조각은 넓은 달걀 모양이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자실(梓實)

이라 하여 이뇨제로서 신장염, 부종, 단백뇨, 소변불리 등에 쓰고 나무의 속껍질은

자백피(梓白皮)라 하여 신경통, 간염, 담낭염, 황달, 신장염, 소양증, 암 등에 처방한다.

 

 

♧ 소원 - 박종영


초가을 개오동나무

이파리 툭툭 털어내고

바람은 소소하게 황토색 창호지문을

흔들어 깨우고


잠 못 이뤄 뒤척이는 긴 밤

그믐 달빛보다 더 가볍게

흔들리는 박 꽃 한 송이


묵주 같은 어둠을 여는

한 그릇 정화수(井華水) 맑은 물 위에


어머니 깨꽃 같은 젊은 날이

환하게 불을 켠다

 

 

♧ 뻐꾸기 소리 - 박용래


외로운 시간은

밀보리빛

아침 열시

라디오 속

뻐꾸기 소리로 풀리고

아침 열시 반

창 모서리

개오동으로 풀리고

그림 없는 액자 속

풀리고, 풀리고

갇힌 방에서

외로운 시간은

 

 

♧ 둑방길 - 유재영

   --햇빛 시간·4


개오동

밑둥 적시는

여우비도

지났다


목이 긴

메아리가

자맥질을

하는 곳


마알간

꽃대궁들이

물빛으로

흔들리고,


빨강머리물총새가

느낌표로

물고 가는


피라미

은빛 비린내

문득 번진

둑방길


어머니

마른 손 같은

조팝꽃이

한창이다

 

 

♧ 오동꽃 - 도종환


오동나무 그늘에 앉아 술 한 잔을 마시다

달은 막 앞산을 넘어가려 하는데

오동꽃 떨어져 술잔에 잠기다

짙은 오동꽃 향기만

향내 사라진 지 오래인 이내 몸을

한 바퀴 휘돌다 강으로 가다

물고기에나 주어 버릴 상한 몸을

한두 번 훑어 보다 강으로 가다

 

 

♧ 오동꽃이 피는 걸 바라보면 - 구재기


 오동꽃이 피는 걸 바라보면 그럭저럭 살아온 길이 아쉽다. 가버리려는 사랑에 더욱 매달리고 싶다. 울타리 밖으로부터 뻗어 들어오는 메꽃 줄기를 타고 아침이 열리는 걸 보고 뻐꾸기 울음 같은 눈물이 난다고 말해준다

 오동꽃이 피는 걸 바라보면 구름 낀 하늘 아래 먼 산 

산이 푸르게 열리는 흐린 대낮

 반쯤 거둬 올린 팔소매로 스치는 싸늘한 온기(溫氣)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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