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김/중년에 함께 읽는 시

중년에 함께 읽는 시 5 - 때, 김광규

비오동 2009. 9. 18. 15:41

 김광규

 

 

남녘 들판에 곡식이 뜨겁게 익고

장대 같은 빗줄기 오랫동안 쏟아진 다음

남지나해의 회오리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내 흘린 땀과 곳곳에 쌓인 먼지

말끔히 씻어갈 때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 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 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들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