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중년에 함께 읽는 시 4. - 영산(靈山) 김광규
영산(靈山)
김광규
내 어렸을 적 고향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靈山이었다.
靈山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靈山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靈山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 없이 맑은 밤하늘 달빛 속에 또는 별빛 속에 거무스레 그 모습을 나타내는 수도 있지만
그 모양이 어떠하며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靈山을 불현듯 보고 싶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靈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미 낯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 한다."
-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문학과지성사, 1979)
영산(靈山)
김광규
내 어렸을 적 고향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靈山이었다.
靈山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靈山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靈山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구름 없이 맑은 밤하늘 달빛 속에 또는 별빛 속에 거무스레 그 모습을 나타내는 수도 있지만
그 모양이 어떠하며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靈山을 불현듯 보고 싶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靈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미 낯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 한다."
-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문학과지성사,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