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정진/논어

논어 - 제 1~7장

비오동 2009. 9. 9. 16:59

제 1 장 [학이]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얼굴 표정을 잘 꾸미는 사람 중에 사람다운 사람은 드물다.

 

나는 날마다 나 자신을 세 가지로 되돌아본다. 사람들과 일하면서 충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벗과 사귀면서 미덥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배운 것을 익히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증자>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는 그 뜻을 헤아리고 돌아가셨을 때는 남기신 행적을 살펴야 한다. 삼 년 동안 어버이의 방식을 고치지 않아야 효라 할 만하다.

 

약속이란 것도 정의로워야 지켜지는 것이고, 공손함도 예에 가까워야 치욕을 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의지하되 친근함을 잃지 않아야 존경받게 되는 것이다.<유자>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풍족하지만 뽐내지 않는 것은 어떻습니까?<자공>

괜찮지. 그러나 가난해도 즐길 줄 알고 풍족해도 예를 좋아가는 것만은 못하겠지.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랴.

 

 

제 2 장 [위정]

 

정치는 덕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모든 별들이 그 주위에 모이는 것과 같다.

 

권력을 써서 따라오게 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면하려고만 하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하지만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부끄러워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바로잡아 선하게 된다.

 

내 나이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섰으며, 마흔에 유혹을 이겼고, 쉰에 하늘의 뜻을 알았으며, 예순에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 수 있게 되었고, 일흔에 이르러서는 내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도 경우에 어긋나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효를 그저 잘 먹이는 걸로만 얘기하더구나. 문제는 개나 말이나 다 먹여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효도와 짐승 기르는 일의] 구분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군자란?) 먼저 실천하고 난 다음에 말이 따르는 사람이지.

 

군자는 두루 통하고 편협하지 않지만, 소인은 편협하고 두루 통하지 못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확실히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위태하다.

 

이단에 몰두하면 해로울 뿐이다.

 

자로야,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줄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다.

 

 

제 3 장  [팔일]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예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악은 또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군자는 다투지 않지만 활쏘기만은 반드시 다툰다. 서로 읍하고 활을 쏜 다음 내려와서는 술을 마신다. 그 다툼은 군자다운 것이다.

 

안방 귀신에게 아첨하느니 차라리 부뚜막 귀신에게 아첨한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왕손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기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 4 장 [이인]

 

인하지 않은 사람은 궁핍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즐거움도 오래 누리지 못한다. 인자라야 인을 편안히 여기고 지자라야 인을 이롭게 여긴다. 오직 인자만이 사람을 제대로 좋아할 수 있고 제대로 미워할 수 있다.

 

나는 지금껏 인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불인을 정말 미워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인을 좋아하는 것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불인을 미워하는 것도 인을 행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불인한 것이 몸에 붙지 못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그 힘을 인에 쓰는 사람이 있던가? 힘이 부족해 못하는 경우를 난 보지 못했다. 글쎄, 어딘가 있겠지만 내가 아직 보지 못한 것이겠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천하의 일 중에 군자로서 [고집스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것도 없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다. 그저 의에 따를 뿐이다.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땅을 생각한다. 군자는 형벌을 염두에 두고 소인은 혜택받을 궁리를 한다.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해 관계에 밝다.

 

군자는 말하는 데는 어눌하고 행동하는 데는 재빨라야 한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을 섬길 때 자주 간하면 욕을 당하게 되고, 친구에게 자주 잔소리를 하면 서로 멀어지게 된다.

 

 

제  5 장  [공야장]

 

말주변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사람을 말재주로만 대하면 미움만 쌓게 되지요.

 

그만두자. 나는 지금껏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꾸짖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단지 열 가구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에도 나만큼 충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야 틀림없이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 6 장  [옹야]

 

쟁기질하는 얼룩소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반듯하다면 설령 제물로 쓰지 않으려 해도 산천의 신들이 내버려두겠느냐!

 

안회는 정말 현명한 사람이야.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다 쓰러져가는 동네에서 살고 있구나. 다른 사람 같으면 그 어려움을 이기기 어려울 텐데. 안회는 그것을 즐기며 벗어나려 애쓰지 않으니 정말 현자로다!

 

제가 선생님을 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제 힘에 부칩니다.<염유>

힘에 부친다는 것은 길을 가다가 중간쯤에서 더 이상 못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는 지금 미리 금을 그어놓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으려 하는구나.

 

누가 방문을 거치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째서 나의 이 길을 따르는 사람이 없는가!

 

소박한 바탕이 화려한 무늬보다 돋보이면 거칠고 촌스럽다. 화려한 무늬가 소박한 바탕보다 돋보이면 약하고 천박하다. 무늬와 바탕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비로소 군자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삶은 정직해야 한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도 속이면서 살아가겠지만 그것은 요행히 화를 면하는 것일 뿐이다.

 

보통 수준 이상의 사람에게는 심오한 이치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수준 이하의 사람에게는 심오한 이치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게 있기를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기며 살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

 

무릇 인이라 자기가 서고 싶으면 다른 사람도 서게 해주고 자기가 통달하려면 다른 사람도 통달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지. 눈앞에 가까이 있는 사실을 예로 택해서 하나씩 해나갈 수 있다면 인의 길에 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 7 장  [술이]

 

서술하되 창작하지 않고, 옛것을 믿고 좋아한다. 나는 나를 노팽과 견주고 싶다.

 

심하다. 나의 노쇠함이! 오래되었다. 꿈에서 주공을 다시 뵙지 못한 지가!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의거하며, 인에 의지하고, 예에 노닐고 싶다.

 

자발적으로 마른 고기 포 정도의 박한 선물이라도 들고 온 사람 중에 내가 가르침을 주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배우려는 사람이 마음으로 갈구해야 비로소 계발시켜주며 말로 표현하려 애써야만 비로소 분발시켜준다. 한 모서리를 가르쳐주었는데도 나머지 세 모서리를 미루어 알지 못하면 다시 가르쳐주지 않는다.

 

선생님께서 군대를 통솔하시게 된다면 누구와 더불어 하시겠습니까?<자로>

맨손으로 호랑이와 싸우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며, 일을 저지르고도 절대 뉘우치지 않는 사람하고는 함께 일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임무를 맡으면 반드시 두려워하고, 일을 잘 도모해서 결국 완성해내는 사람과 같이 할 것이다.

 

거친 밥을 먹고 찬물을 마시며 팔꿈치 구부려 베개를 삼아도 그 가운데 즐거움이 있다. 정당하지 못한 부와 귀는 나에겐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내가 몇 년 더 살게 되어 마침내 역을 배울 수 있다면 큰 잘못은 없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공자 그 사람은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즐거우면 걱정도 잊어버려서 장차 늙음이 찾아오리라는 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이야.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은 아니다. 옛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서둘러 구하려는 사람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나는 그 가운데 좋은 점은 뽑아서 배우고 나쁜 점은 골라서 고칠 것이다.

 

하늘이 나에게 이런 덕을 주셨는데, 환퇴 같은 사람이 나를 어쩌겠느냐!

 

너희는 내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너희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 내가 너희에게 조금이라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없으니, 그게 바로 나 공구의 모습이다.

 

내가 성인은 만나 뵐 수 없으니 군자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인에 뜻을 둔 선인을 만나 뵐 수 없다면 지조를 가진 항자[항심을 가진 사람]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없으면서 있는 척하고, 비어 있으면서도 차 있는 것처럼 굴고, 곤궁하면서도 호화롭게 보이려 하는 사람은 항심을 갖기 어렵다.

 

인이 그렇게 먼 곳에 있을까? [아니] 내가 어질고자 하면 바로 인에 다다를 거야.

 

나는 참 행운아야. 내게 잘못이 있으면 사람들이 꼭 지적해주니 말이다.

 

글 읽은 것은 나도 남보다 못하지 않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군자다움을 실천해 보이는 것은 아직 멀었다 .

 

(공자가 큰 병이 들자 자로가 기도하기를 청했다. 공자가 말했다.) 그런 경우가 있었더냐?

있습니다. 기도문인 뢰에 '너를 윟해 천신과 지신에게 기도 드린다'고 돼 있습니다.<자로>

나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진작부터 기도했다.

 

사치스러우면 교만해 보이고 검약하면 초라해 보인다. 나는 교만하게 보이느니 차라리 초라한 게 낫겠다.